세상의 메커니즘에 대한 이야기

대기업 해외구매팀에서 수백억짜리 계약들을 하면서 깨달은 점

White Labels 2020. 5. 17. 11:24

대기업 해외구매팀에서 수백억짜리 계약들을 하면서 깨달은 점

 

나는 해외구매팀에서 일을 한다.
아무래도 큰 프로잭트를 많이 하다보니 하나에 수백억원짜리 물건도 가끔 사게되는데, 내 전자기기나, 옷 등을 살 때와는 다른 관점을 갖게 되었고 깨달은 점도 여럿 있다.

아마 글을 읽는 여러분도 다 읽고나면 세상의 메커니즘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깨달음이 있을 것이다.

 

내가 가장 크게 깨달은 점은 물건의 수십억이든 수백억이든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라는 것이다.

사실 회사든 개인이든, 구매자 입장에선 '싸게' 사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회사는 '입찰', '견적비교' 등을 통해서 수 많은 업체들 중 누가 제일 싸게 줄 수 있는지 확인한다.

그게 내가 속한 부서에서 하는 일이다.

 

하지만, 그 외의 평가는 모두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
업체 대응도평가, 재무평가, 인증평가, 계약이력 등 수 많은 신용 관련 평가를 하게된다.


그리고 이러한 신용 관련된 항목들이 좋지 못하면 왠만하면 정말 그 업체와 계약하기 싫어진다.
기술검토 담당자도, 나도, 최종 결정권자도 마찬가지다.
이럴 땐 모두 한 마음이 된다.

계약을 했는데 알고보니 다른 구매자들과 분쟁중인 업체라면?
계약을 이행하지 못하고 부도가 난다면?
지나치게 싼 가격으로 계약을 했다가 원자재를 구하지 못하여 납기가 지연된다면?

생각도 하기 싫은 상황이다.

이런 경우에는 가장 싼 업체가 아니라 리스크 요인을 보고하고, 차 순위 업체(가격은 2등이지만 신뢰도가 높은)로 계약을 진행하게 된다.

 

근데 이건 수십, 수백억짜리 계약과 마찬가지로 우리의 관계에도 동일하게 작용한다.

(회사 돈도 아니고 우리의 시간과 정성이 들어가는 우리의 관계니까 관여도는 더 높을 것이다)

우리의 관계도 수백억짜리 구매와 마찬가지의 매커니즘을 갖게 된다.

 

가격은 당연히 싸야(효용성)하고, 신뢰가 있어야한다.

엄청 싸지만 신뢰가 없다면?

신뢰는 있는데 비싸다면?

두 경우 모두 회사에게도, 개인에게도 쓸모없는 옵션이 될 뿐이다.

 

그래서 '효용성(가격)'과 신뢰의 '밸런스'가 중요하고, 둘 중에서는 '신뢰'가 중요하다 .

 

팀장에게 팀원은 언제든지 내가 급하고 힘든 일을 맡겼을 때 흔쾌히 맡아주고, 조직에 기여할 것이라는 믿음를 주는 직원이 일 '만' 엄청나게 잘하는 직원보다 가치있는 팀원일 것이다.

 

친구는 내가 정말 기쁘고, 힘들 때 언제나 곁에서 내 편이라는 믿음을 주는 친구가, 덜 친하고 나에게 가끔 삼성임직원 할인(효용가치)을 해주는 친구보다 더 가치있을 것이다.

 

물건이든 사람이든 효용성은 언제나 관계(신뢰)보다 후순위다. 

 

임원들이 팀장을 뽑을 때 능력보다 관계를 더 중요시 보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일은 당연히 잘 해야하는 것이고, 일이 잘못되었을 때 나에게 책임을 전가 할 부하가 아니라 책임지고 함께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을 곁에 두고 싶은 법이다.

 

남에게 신뢰를 주기 위해서 언제나 맞추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내가 맡은 일만 열심히 할 것이 아니라 '효용'과 '신뢰'의 '밸런스'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남과 신뢰를 갖고 협력하고 소통하는 태도를 갖기 위해서 그 태도와 능력을 키워나가야한다.
당신의 가치(효용)가 설령 남들보다 조금 떨어져도 '신뢰도'가 높다면, 그 이상의 평가를 받게되고 그 이상의 대우를 받을 수 있다.

 

당신이 직장인이라면, 혹은 직장에 들어가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를 명심하자.

 

신뢰는 언제나 효용보다 우선한다.